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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9-07 15:05
종결 어미
 글쓴이 : 기리 (123.♡.195.24)
조회 : 2,689  

명령형 종결어미라고 하는 것들 말이야. 그중에 높임말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 6개로 나뉘어. 크게 격식체와 비격식체 두 개로 나뉘고, 격식체는 아주 높임, 예사 높임, 예사 낮춤, 아주 낮춤으로, 비격식체는 두루 높임과 두루 낮춤이 있지. (이제 시작인데 벌써 토나와? ㅋㅋ) 가령 '공부하다.'라는 동사의 기본꼴을 두고, 이걸 활용해보자.

 

          ┌ 아주 높임 (합쇼체) - 공부하십시오.

격식체 ┼ 예사 높임 (하오체) - 공부하오. -> 공부하시오.

          ├ 예사 낮춤 (하게체) - 공부하게. -> 공부하시게.

          └ 아주 낮춤 (해라체) - 공부해라. -> 공부하셔라.(X)

 

비격식체 ┬ 두루 높임 (해요체) - 공부해요. -> 공부하시어요, 공부하세요, 공부하셔요.

             └ 두루 낮춤 (해체) - 공부해. -> 공부하셔.(X)

* '-시-'는 높임 선어말 어미라고 한다.

 

 어이구, 요즘 공부를 안 하니까 자세한 건 기억이 안 나네. 이 중에서도 우리가 으레 볼 수 있는 '명령형 어미'는 세 가지야. '공부해라', '공부해', '공부하라' 첫 번째는 해라체, 두 번째는 해체인데 세 번째는... 미안 용어는 기억 안 나. '-(으)라'는 명령의 뜻이 약한 편이지만, 높임, 낮춤을 가리지 않는,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말이야. 신문 기사 제목이라거나 수필 같은 데서 써야 할 어미이지. 그런데 가끔 또는 자주 그것을 지키지 않고 해라체, 즉 보는 사람을 아주 낮추는 말을 쓰는 것이 보이지. '20대, 공부에 미쳐라.'라는 책이 있는데, 이 말투는 자기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아주 낮춰 그리하라 시키는 말이야. 버릇없지? 적어도 '20대, 공부에 미쳐요.', '20대, 공부에 미치세요.', '20대, 공부에 미쳐.'라고 해야 하며, 제대로 하자면 '20대, 공부에 미치라.'라고 써야 마땅한 거야.

 

 자, 그럼 우리가 자주 보게 되는 시험지 쪽을 보자. 시험지 문제에서는 '명령형' 또는 '청유형'을 써야 마땅하지. 그렇다면 저 6가지 중에 어떤 것을 써야 할까? 쓰는 사람은 선생이고 읽는 사람은 학생이니까, 낮춤으로 써야 할까? 글쎄.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선생님이란 사람은 학생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보통이었지. 지금은 이상하게도 그런 일이 거의 없잖아. 일단 내 기억에 기대 그 과정을 보자고.

 

 초등학교 때는 문제지에서도 '합쇼체'나 '해요체'를 썼어. 가령, '다음 식의 값을 구하십시오.'라거나 '다음 식의 값을 구하세요.'라고. 지금 와서 보면 어린 아이들이니까 존대 의식을 심어주려 한 것은 아닐까 해. 짧은 기억으로는, 문제 풀다가 그 옆에 '네'라고 대답을 써논 적도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갑자기 '하오체'로 바뀐 것 같아. 예사 높임이지. 이제 애들 머리가 좀 커지니까 차마 아주 높이기는 싫다 이거야? 아무튼 중학교 시험지에는 내 기억상 '다음 식의 값을 구하시오.'라는 식으로 나왔어.

 

 그러다가 어느 순간 보니까 이제 격식체도 안 쓰더라? 아까 말한 '-(으)라'가 쓰인 거지. '다음 식의 값을 구하라.' 어때, 지금까지 말한 것들 차이가 느껴지지?

 

 고등학교 문제집에 보면, 아예 예사 낮춤법이 쓰이지. 비격식인 거야. 자기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낮춰 말하는 것이지. '다음 식의 값을 구해라.' 이 말은, 아까 말 안했지만, 상대의 눈 앞에서 말할 때만 할 수 있는 말이야. 따라서 책이나 신문에는 반드시 '-어라'가 아닌, '-(으)라'를 써야 하는 거야.

 

 책들이나, 가끔 무슨무슨 10계명 같은 데서는 더 토나와. '-(어)라'와 '-(으)라'가 섞여 있어. 상대를 낮추는 것도, 안 낮추는 것도 아닌 애매한 말이지. 자기가 틀린 줄도 모르고 쓰는 거야.

 

 사회가 바뀌면서 말투는 점점 개념을 잃는 건가 했더니 그건 또 아닌가봐. 저번에 봉사활동을 가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어. 그때 보니까 무려 청유형으로 문제를 내더만. '다음 식의 값을 구해보자.' 또는 '구해봅시다.', '알아보자.', '알아봅시다.' 딱 봐도 친절하지?

 

 어떤 시험지에는 아예 이렇게 나오지. '다음 식의 값은?' 솔직히 저따위로 문제 내면 기분 나빠. 나만 유독 그런 작은 부분에 반응하는 것인지는 모르곘지만, 부디 제대로 좀 써줬으면 좋겠어. 특히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다시 쓰는 김에 구성 좀 제대로 잡을까 했는데 역시나 구성은 뭣같네.. 여기까지 다 읽었다면 축하해줄게 ㅋㅋ 아마 많은 애들이 '뭐야 길어 헐' 하면서 안 볼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럼 이거라도 봐. 어떤 것이 바람직할지.

 

말을 바로 하십시오.

말을 바로 하세요.

말을 바로 합시다.

말을 바로 하시오.

말을 바로 하오.

말을 바로 하십시다.

말을 바로 하세.

말을 바로 하게.

말을 바로 해라.

말을 바로 하자.

말을 바로 해요.

말을 바로 하세요.

말을 바로 해.

말을 바로 하라.

 

 물론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말을 부드럽게 할 수 있지. '말을 바로 하도록 하자.'라는 식으로 말이야. 아무튼 저 위에서 어떤 말을 따르고 싶은지 잘 생각해봐.